거제에서 만난 [화해-평화학교] 어린이들

  • 날짜 :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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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 만난 [화해-평화학교] 어린이들

 

# 무지 더웠던 어느 날

“어린이 평화교육을 의뢰하려고 합니다.”

“네, 교육 날짜는 언제로 생각하고 계세요?

“협의해도 좋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날짜는 9월 10월 주말입니다”

“네, 혹시 학교인가요?”

“아니요. 사회복지관이에요. 어린이대상 ‘화해-평화학교’ 라는 이름으로  평화교육을 진행하는데 강의를 부탁드립니다.” 

“네, 강의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지역이 어디시죠?”

“거제시 종합사회복지관입니다”

“... ... ... ... ...”

 

거제시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멀더라도(사실 조금은 아니긴 합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능한 강사선생님을 섭외해야하기 때문에 즉답은 못드렸습니다.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담당자의 간곡히 부탁을 뒤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 9월 28일. 새벽 4시 30분

거제 행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남부터미널로 가기 위해 출발합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지하철로 출발합니다. 남부터미널에서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달려봅니다. 그리고 거제터미널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복지관을 향했습니다. 

교육이 끝나고 거제 터미널을 갈 때는 콜택시를 불러도 들어오지 않는 곳인지라 복지관 선생님께서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정말이지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곳입니다.

 

# 아이들의 첫 얼굴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새벽부터 부천에서 비오는 거제까지 왔는데 수업을 시작했을 때 아이들의 표정은 그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였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언제가 평화롭니? 뭘 할 때 가장 평화로워?”

“학원 안가고 집에서 쉴 때요.”

“엄마가 게임하라고 할 때요.”

 

지금 이 순간이 아이들에게 평화롭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제발 끝날 때는 다른 얼굴이기를...

 

# 아이들의 두 번째 얼굴 “나의 평화를 말해주고 싶어”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평화로울 때 내 얼굴’을 그릴때입니다. 

처음에는 대충 그리며 발표를 안 하려던 아이들이 맨 처음 학생이 발표하자 돌아가며 내가 평화로울 때 얼굴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모인 친구들 서로가 각자의 ‘평화’를 알게 된다면 두 달 넘게 함께 할 ‘화해-평화 학교’ 어린이들이 조금 더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겠지요?

 

# 아이들의 세 번째 얼굴 “어이없다”

북녘의 아이들이 푸는 수학문제를 풀 때는 왜 이런 문제를 푸는지 어렵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이 정답을 풀어가면서 굉장히 쉬운 문제라는 것을 보고 어이 없어했습니다. 북녘에 살던 친구들이 남녘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겪는 어려움이라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 아이들의 네 번째 얼굴 “호기심”

퀴즈로 알아보는 남북관계가 진행되자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보였던 부분은 북녘의 만화영화 “령리한 너구리”였다. 화질이 구리다고 투덜대면서도 저희들끼리 과학현상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만화입니다. 

 


 

# 숙제

아이들과의 시간을 마치고 거제 터미널까지 함께 가게 된 복지관 담당자와의 대화 속에서 지역에 있는 단체나 시설, 학교까지도 콘텐츠 부족에 대한 고민이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 다양한 평화교육 콘텐츠를 갖고 있는 어린이어깨동무에게 교육을 의뢰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또 남북 화해무드가 진행되고 지역정치의 변화 속에서 “평화, 통일, 인권”이라는 가치를 조화롭게 지역사회에 소개하고, 아이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일까 하는 숙제를 남겨주었습니다. 

 

# 10월 26일, 다시 거제로

어린이어깨동무의 교육은 10월 26일에 이어집니다. 그동안에 현장체험으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를 다녀온 아이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