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 87호 인터뷰] 통일을 일구는 사람들 - 이기범 이사장
  • 날짜 : 2017-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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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일구는 사람들

“남북의 아이들이
다시 어깨동무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립니다!”

                                                                                                                   염규현 민화협 정책홍보팀 부장


어깨동무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 체격이 비슷해야 하잖아요. 마음의 높이도 같아야 합니다. 남북의 어린이들이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통일 준비는 없겠죠.”
19966월 창립해 20여 년 동안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의료·교육지원, 한반도와 동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한 평화교육에 매진해 온 ()어린이어깨동무.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권근술 이사장의 뒤를 이어 신임 이사장이 된 이기범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북한의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이라는 마음으로 어깨동무 창립 후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 ‘이제 어른들은 남북관계의 정치, 경제 등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남북의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이기범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1996년 창립된 ()어린이어깨동무(이하 어깨동무)는 가장 오래된 대북지원단체 중 하나다. 당시 북한은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굶주린 아이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남쪽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아이들의 고통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느낀 이들이 하나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남북어린이어깨동무(현 어린이어깨동무)’.
분단 이후 최초로 민간이 힘을 모아 북한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어요. 그리고 어느덧 20년이 지났습니다. 20년이란 세월 동안 꾸준히 활동했다는 것은 분단 역사에서 작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성과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난해 20주년을 축하하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당시만 해도 당장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이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이제는 달라졌지만요. 전 일 년 전에 비해 낙관적으로 생각해요. 이제 남북관계는 더 나빠질 것보다는 좋아질 일이 더 많다고 믿으니까요.”

 

 

"남북협력을 통한
  북한보건의료체계 회복 필요해"

 

이기범 이사장은 학생 시절 맞벌이 부모를 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집 만들기에서 시작해 교수가 된 이후 새로운 육아를 위한 공동육아협동조합운동을 펼쳤다. 지역운동, 마을운동의 시초를 연 셈이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아이들이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북한의 아이들도 사회적 책임을 지고 함께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깨동무 창립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린이 운동가, 대학교수, 만화가, 음악가, 화가 등 많은 이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 아무래도 어린이를 돕기 위한 단체다 보니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모였다. 어깨동무는 당장 시급한 인도지원과 함께 남북의 아이들이 분단 이후 만들어진 이질성을 극복하고 서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창립 초기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그려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내 얼굴 그림 그리기행사를 한 것도 그런 뜻이 담겨 있었다. 문화적 감성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분단 극복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그 후 20년 동안 어깨동무는 많은 일들을 해왔다. 2004년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과 2008년 평양의학대학병원 어깨동무소아병동(230병동 규모) 4개의 어린이병원을 지었다. 단순히 병원을 지어주고, 의약품과 장비를 지원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았다. 평양의대병원 소아병동의 북측 의사들을 위한 의료연수를 꾸준히 했고, 취약해진 북한의 보건의료체계의 회복을 위해 도, , , 리를 연결하는 의료네트워크 구축사업도 진행했다. 평안남도 강남군 지역에 진출해 모자보건센터(인민병원)를 지은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또 학용품 공장과 5곳에 콩우유 공장도 세웠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사업들은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남포아동병원은 완공을 하지 못한 채 중단되었어요. 이후 2013년 다시 방북할 기회가 생겨, 비록 병원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소식을 전해 들었죠. 북측에서 자구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나름 했다고 하는데, 병원 운영을 위한 장비, 의약품 지원을 할 수 없으니 아무래도 정상가동이 어려운 상황이죠. 평양의대병원도 마찬가지예요. 시약도 부족하고 진단장비가 고장 나면 수리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상황일 것으로 봐요. 결국 의료순환체계가 다시 잡혀야 해요. 이제 남북관계가 다시 진전되면 중단되었던 병원을 복구하는 것에서 새롭게 시작해야죠.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다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야 할 것 같아요.”


상호이해와 공감을 배우는
어깨동무의 평화교육


어깨동무는 평화교육에도 힘을 쏟아왔다. 북한을 지원하는 일에 아이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참여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긴급구호나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다르지 않은 친구라는 마음, 단지 사는 곳이 다를 뿐 같은 동포이자, 어깨를 겯고 나갈 친구라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했다. 북한의 아이들에게 자신과 가족, 사는 곳을 소개하는 그림을 보냈고, 북한 아이들도 그림으로 답을 해왔다.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북한이란 곳에 아무 관심도 없던 아이들이, 그곳에 살고 있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왜 우리가 북한 친구들을 도와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남한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평화교육을 하고 있지만, 사정이 나아지는 대로 북한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평화교육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분쟁지역 아이들의 공동캠프도 공부하고 아일랜드 평화단체도 방문했다. 15년 가까이 아시아 지역 어린이들의 평화워크숍도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평화교육센터를 개원하고, 외부전문가들을 초빙해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한다.
결국 바람은 남북의 아이들이 함께 하는 평화교육입니다. 우선 한 쪽에서라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남북이 함께 하는 게 더 큰 의미가 있죠.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불안, 긴장이 너무 팽배해 있다는 생각을 해요. 각종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는 것도 그런 결과인 것 같고요. 분단과 무관하진 않겠지만 우리 사회의 비평화적인 부분, 심리적 폭력이나 경쟁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가 통일을 위한 중요한 준비죠. 북한의 아이들을 언젠가 만나게 될 우리 아이들에게 불안, 경쟁, 증오를 먼저 가르칠 필요는 없어요. 소통과 공존에 대한 마음이 필요한 것이죠.”
어깨동무는 2004년 어깨동무어린이병원 준공식에 남쪽 아이들 11명을 함께 데리고 갔다. 끈질기게 북측을 설득해 남북의 어린이들이 드디어 만난 것이다. 이제 사정이 좋아지면 북한이 자랑하는 원산 청소년야영장 같은 곳에서 남북의 아이들이 함께 평화캠프를 여는 것도 구상 중이다


민간교류,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시작하자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발사 등으로 과거에 비해 북한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늘었다. 때문에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동참 열기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젊은 층으로 갈수록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하지만 이기범 이사장은 여전히 국민들의 마음을 믿는다. 여전히 북한을 우리의 동포로 생각하고 어려운 부분을 돕고자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믿음이다.어깨동무를 20년 동안 지지해준 3,000여 명의 정기 후원자들도 역시 그런 소중한 이들이다. 이기범 이사장은 과거 남북교류나 지원 과정에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를 기억하고 이를 되풀이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때, 한반도 문제의 키를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적으로 갖고, 국제사회의 협력 속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굉장히 다른 이 둘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요. 저는 인도적 지원이 바로 그러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북한에는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존재합니다. 5세 미만 아동, 임산부, 수유여성, 장애인, 노인 등이죠. 이들을 약 450만 명으로 추정하고, 그 중 더 취약한 사람들이 약 260만 명 정도일 것으로 봐요.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필요한 거죠. 또 과거에도 남북 당국 간 갈등이 생겼을 때 민간차원의 인도지원이 교량 역할을 해서 푼 적이 있었어요. 저는 인도지원을 비정치적 정치성이라 표현하고 싶어요. 인도지원은 순수하게 비정치적인 인도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하지만, 그 비정치적인 일들이 굉장히 큰 정치적 효과를 가져오거든요. 남북 당국이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중장기적으로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다시 남북 민간교류의 재개를 준비해야 한다. 아직은 북한이 선뜻 호응해오지 않고 있지만, 남북 간 협력을 통해 풀어야 숙제들이 북한에게도 여전히 많다. 이제 정부와 민간은 과거 교류협력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서두르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기범 이사장은 그러한 신중함 속에서 남남갈등도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더욱 민주적으로 성숙하고, 경제가 안정되어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남북교류와 인도지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로 보다 따스해질 것이다.

 

 



 

앞으로도 어깨동무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갈 것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러나 힘 있게 나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남북의 아이들이 다시 만나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다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중단된 사업을 복구하고, 모자보건1000일 패키지와 같은 사업은 바로 시작하고자 한다. 다행히 어깨동무에는 남북교류협력 현장을 누비던 베테랑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보건의료분야의 의사들도 여전히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어깨동무의 새로운 2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2004년 북한을 방문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직장인들이 되었어요. 이 아이들이 다시 북한을 방문해 그때 만났던 친구들과 재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통일을 위해 남북 모두 차세대들이 중요하잖아요.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보고 북쪽에 제안할 생각입니다. 다시 아이들이 웃으며 어깨동무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출처] [민족화해 87호] 통일을 일구는 사람들 - 이기범 (사)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작성자 민화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