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톡] 북아일랜드의 DPC(평화로운 전환을 위한 대화) 살짝 만나보기

  • 날짜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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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깨동무 평화교육센터(https://peacecenter.tistory.com​)는 7월 말, 북아일랜드 코리밀라의 전 대표인 콜린 크랙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DPC(Dialogue for Peaceful Change) 연수 프로그램을 개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알리기 앞서 많은 분들과 DPC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짝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지난 1월 북아일랜드 평화교육연수에 참여하셨던 주예지선생님의 글 일부분을 만나보겠습니다.   

 

평화로운 전환을 위한 대화

Dialogue for Peaceful Change

 

콜린 크렉은 코리밀라의 전 대표로 현재 그가 개발한 DPC(Dialogue for Peaceful Change, DPC)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전 세계를 돌며 분쟁 지역에서 평화로운 대화 활동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Iceberg 모델을 통해 시간에 따라 갈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콜린이 우스갯소리로 강의가 끝나고 나서 ‘콜린, 되게 착한 사람 같은데 그래서 뭘 이야기한 거지?’라는 물음이 나오지 않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글이 그에게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Iceberg 모델은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상해(harm)로 위의 사진과 같은 곡선을 그린다. 이 모델은 가로 축을 기준으로 해서 위에 수면 위로 떠오른 부분과 밑에 빙산처럼 깊게 자리한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수면 위로 떠오른 부분은 다시 크게 갈등 형성기, 갈등 관리기, 갈등 회복기로 나누어진다. 갈등 형성기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갈등, 그렇지만 곧 해결될 갈등이 형성되고 사라진다. 하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 감정이 고조된다. 처음에는 갈등의 쟁점이 머리에서 시작하다가 몸으로 반응한다. 전두엽에 있었던 혈압이 몸 뒤쪽으로 가면서 뒷목을 잡게 되고 얼굴이 빨개진다. -드라마에서 운전하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얼굴이 벌개진 채로 뒷목을 잡고 내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편할 것이다.- 분노가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화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팍 터지는 것이다. 계속 억눌러서 압박이 가해지면 어느 순간 극에 달해 터진다. 이런 상황까지 가면 갈등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적인 경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완전히 압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완전한 승리란 거두기 어렵다. 

  

그 다음에는 갈등을 유지하는 단계인 갈등 관리기로 넘어간다. 갈등이 치솟은 다음에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계속 싸우는 데만 시간을 쓸 수 없으니 잠시 그만 싸우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다시 싸우기 시작한다. 좋은 소식은 사람이 강렬한 갈등을 계속 떠안고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로 갈등하고 화를 내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분쟁 지역의 휴전이 이에 해당된다. 이 과정에서 갈등이 줄어들기도 하고 올라가기도 하고 회복되는 단계도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일수록 이 단계에 집중해야 한다.

  

오랫동안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긴장이 살짝 풀어질 때 우리는 때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싸움이 끝났구나.’, ‘평화가 왔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순간 일을 진행하던 탄력 혹은 가속도가 떨어진다. 고조되어 있다가 떨어지면 ‘너는 거기에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는 식의 평화 공존을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장기화된 갈등 상황에서의 문제는 또 있다. 분쟁 상황이 정상화된 상황이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는 악마가 우리가 모르는 천사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대개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감과 거부감이 있다. 습관은 익숙하고 미래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의 경우 갈등 상황에 머물면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미래가 자신의 직장을 잃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가 변화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 이에 대해 저항감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회복적 복원력’을 키워야 한다. 이것은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으로 평화 단체에 기금을 대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이다. 투자자들은 갈등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면 이제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애석하게도 이것은 망상이다. 사람들을 연결하고 만남의 기회만 주면 모든 것이 다 끝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순진한 생각이다.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가 이제 시작이다. 만남을 통해 해결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한다. 그 다음에서야 우리는 화해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갈등 회복기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그래프 선이 내려오는 이유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갈등 밑에 빙산과 같이 깊은 또 다른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이 분쟁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통해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착각하여 생기는 갈등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갈등을 대리 경험하는 것이다. 간접적으로 대리 경험하는 것만으로 감정이 생긴다. 이야기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안 좋은 경험들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님에도 거울로 비추듯이 자기가 경험한 것처럼 착각한다. 

 

빙산은 시간에 따라 예방, 개입, 중재의 세 단계로 나누어진다. 예방 단계는 갈등이 이후의 상황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예방적인 작업을 하는 단계이다. 개입 단계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계로 갈등을 잠깐 멈추어 놓는 것이다. 중재 단계는 사람들의 저항감을 떨어뜨려주고 복원력을 길러주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계이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여 적절한 작업을 해야 한다. 그 이후에서야 갈등을 전환할 수 있다.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환경을 조성하고 맥락을 바꾸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헌신하는 것까지. 이는 단기간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콜린은 평화를 고무줄에 비유했다. 평화의 단계로 나아가는 듯하다가도 손을 놔버리면 고무줄처럼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평화로운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헌신과 비전이 필요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에도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은 힘겹고 긴 여정이 될 수 있다. 코리밀라에 있는 모두가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평화는 천천히 오는 것이다.’

 

아마 이것은 단순히 머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겪은 긴 세월에서 우러나오는 말일 것이다. 콜린은 16살인 1970년대부터 코리밀라와 함께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금방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 만남이 시작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천천히, 느리게, 숱한 사람들의 비전과 헌신으로 평화는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