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톡] 평화를 만들어가는 길, 교류와 협력

  • 날짜 :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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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5월자 피스레터에 기고된 글입니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길, 교류와 협력

 

문경연

 

어린이어깨동무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감기한이 지나고, 담당자로부터 독촉? 메일을 받고야 말았다. 게으른 필자의 잘못이지만 어찌 보면 부지런히 미리 원고를 보냈더라면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뻔했다. 왜냐하면 며칠 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더디지만 순조롭던 북한의 비핵화 논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운이 좋게도 지난 몇 달간, 하노이회담의 회의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여러 부처나 시민사회, 민간단체가 조직한 남북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세미나 및 프로그램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정부 및 국제기구의 요청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인도주의-평화-개발 연계(이하 트리플넥서스‘)’ 접근법을 리뷰하였고, 이를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여러 건의 작업에 참여하였다. 이러한 접근법의 확산은 2015년 국제사회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하면서 UN과 세계은행(World Bank) 주도하에 확산되고 있는데 트리플넥서스의 핵심은 평화가 없이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있을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개발이 없이는 평화도 있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위에서 언급한 트리플넥서스의 전제, 평화와 개발이라는 두 요소가 병행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시사점은 북핵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남한과 미국의 전략가들에게 주는 함의가 크다. , 북한과 협상에 임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미국의 전략가들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협상이 성사(평화구축)되면 그때는 북한이 원하는 대규모 인도적지원을 포함한 개발지원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 우선주의가 지배적인 인식으로 작동하는 한, 평화를 촉진하고, 구축하며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간과하게 된다. , 오로지 북미간 비핵화 담판만이 평화 목표 달성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단편적, 일방적, 획일적 시각에 사로잡혀 북한에 대해 압박과 제재라는 수단과 전략만을 구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전략은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여 비핵화를 이끌어 낸다는 전략으로 최대한 압박을 위해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사실상 완전히 봉쇄한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인도적지원 뿐만 아니라 개발지원 그리고 사회문화 교류협력사업까지 불가능한 구조이다. , 대북지원의 재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협상력을 악화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하거나 혹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2017년 이래로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회담 등 비핵화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북한이 앉게 된 요인으로 미국과 UN의 대북제재가 매우 강력하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참여하는 이유는 대북제재 때문만이 아님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 외에도, 북한의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야 미국과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상황 변화, 적극적 중재자로서 문재인정부의 역할, 트럼프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적극적 의지, 그리고 북한 내부의 경제난 등 복합적 요인이 맞아 뜨러져 작금의 적극적 비핵화 협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지금의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비핵화 협상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서는 경제제재 라는 수단에 집착하기 보다는 위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북한 평화 구축전략 구사가 필요한 것이다.

 

2000부터 2007년까지 지속된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지원 그리고 남북한 사회문화교류협력 사업이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온전한 평화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하였으나, 우리는 당시의 북한과의 활발하고 밀접한 교류협력이 일종의 소극적 평화(무력 충돌과 위협이 감소/부재한 상태)를 구축하는데 있어 효과적인 수단임을 직접 확인하였다. 하지만 과거의 이러한 불완전했던 평화 구축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압박에만 집중하고 비핵화 이슈에만 집중하는 것 역시 평화 구축을 요원하게 만들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지난 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에 이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북핵 문제를 위한 대화와 적극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우리는 비핵화 요구와 이를 위한 압박만으로 북한을 대하고 있다.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고 진지하게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임하고 있는데, 우리는 일방적으로 우리의 입장만 경제제재라는 회초리를 들고 북한에게 야단치고 있는 꼴이다. 북한이 미국과 진지한 비핵화 협상에 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내부의 경제난과 인도적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임을 주지한다면 북한의 진지한 태도 변화에 상응하는 보상기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평화구축을 위한 협상은 협상에 임하는 주체 간에 동등함과 상호 존종, 그리고 상호간 윈-윈이 가능하다는 인식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북한은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야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북한은 이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통해 정치체제 보장을 이끌어 내고 동시에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춤으로써 경제체제 보장이라는 과업을 완수하고자 한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을 대등한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윽박지르고, 북한의 내부 어려움을 무시한 채 우리의 입장만 강요한다면 과연 북한이 계속해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필자는 북한이 최근에 미사일 발사를 단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비핵화 협상이 완료되면 그때 인도적지원을 포함한 개발지원과 사회문화교류가 가능하다는 접근법이 아니라, 북한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지원과 개발지원 그리고 사회문화교류를 재개함으로써 북한이 비핵화를 달성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목표들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병행적으로 추진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에 더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앉아 있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면, 한국 전쟁 이래로 단 한 번도 제재가 아닌 상황이 없었던 북한으로서는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대화가 아닌 군사적 도발로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한반도 평화 구축은 북한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우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필자소개

문경연교수는 대북지원을 주제로 영국 Cranfield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수출입은행 북한개발센터 연구원을 거쳐 현재 전북대학교 국제인문사회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북민협, 민화협 정책위원을 역임하고 있다.